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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2003 나트륨 가로등 같은 저녁 노을..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3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연구실을 노랗게 물들이는 빛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내려져 있던 창막이를 올리고... 녹차 하나 컵에 담고.. 전등을 끄고.. 태양을 향해 섰다. 노랗다. 아니 샛노랗다. 온몸을 지는 태양빛에 묻어 봤다. 다행이도 연구실에 나밖에 없어서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조용히 눈도감고.. 중얼 거리기도 하고.. 지나가던 다른 녀석이 쇤~ 하며 간다. 아름 다운 것은 아름 답다고 표현하며 살아야하는데 그 아름다움 속에 파뭍힌 내 입에서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어보니, 저녁에 혼자 거닐던 캠퍼스가 생각났다. 유달리 많았던 나트륨 등... 그 아래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냥 좋았다. 마냥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이런 만족감을 느낄수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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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2003 1년 넘게 작업한 화일을 날린날..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3
오래간만에 학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내부 청소를 했다. 파티션도 새로 잡고.. 데이터를 좀더 효율적으로 정리한답시고.. 꽤 정성들여 데이터를 정리하고 하드 도 새로 정리하고.. 자 이제 하던 일 계속해야지 하는 순간.. 제일 중요한 문서 디렉토리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아...... 아 아냐. 이건 아냐.. 틀림없이 다른곳에 옮겼을 꺼야.. 이게 없어지면 안되..3달간 백업도 안했는데... 백업날짜를 떠올렸다. 5월 초... 지금 8월말.. 앞이 캄캄했다. 수십페이지가 넘는 문서들.. 계산한 파일... 중요한 그림들... 시스템 잡아 먹는 다는 이유로, 휴지통, 백업, 어떠한것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내가 오늘따라 왜 그래 멍청해 보일까... 서둘러 mmc를 불러 노턴 언이레이져를 실행시켜 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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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003 달과 6펜스...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2
고등학교때 아니 시작은 중학교 3학년때 부터 반쯤 미쳐 있었던 책중에 하나다. 달과 6펜스. 그리고 크눌프, 데미안... 지겨운 일상을 탈출해 버리는 그들의 모습은 그당시 나에겐 충격이었던것 같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이 비겁해 보였다. 모두다 거할 수 밖에 없는 일상을 살 용기가 없어 도망가 버리는 비겁한 사람으로.... 몇일 동안 유학생활이라는 지겨운 일상으로 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뭘하는 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고, 지친 몸으로 다음날 일어나고.. 다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마음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부터.. 온갖 생각이 내 마음에 가득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소식을 들으면.. 이렇게 나와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축복으로 여겨야 할텐데.. 막상 나는 축복으로 느끼기 보단 오히려 고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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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03 차표검사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1
"그래도 애기가 기차타는 것을 좋아하니까? 괜찮지?" 아내에게 물었다. 괜히 물어본 말이었다. 이 더운날 차 여러번 타고 교회가려고 하는 가족에게 미안한 아빠로써.... 주위에선 차를 사라고 한다. 애기도 있는데.. 힘들다면서.. 하지만 도저히 차를 굴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세금, 보험, 기름값.... 내가 받는 돈으로 감당할수가 없다. 나이가 많아서 이젠 불쑥 올라버린 보험료.. 그래도 싸지만 집세... 유치원 비... 전화.. 티비... 유일한 소비가 먹을 것이지만.. 알디에서 물건 고르는 것도 잡았다 제 자리로 가져다 두는 것이 더 많아졌다. 그런 미안한 마음으로 오른 교회가는 길, 기차에서 오래간만에 차표검사를 당했다. 학생증(?)과 아내의 한달 차표를 보여줬더니 "당케"하며 간다. 늘 그려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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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2003 덥다....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1
덥다. 후덥지근한 여름 밤은 의외다. 작년에는 너무나 추워서 전기장판을 켜놓고 잠들곤 했었는데.. 반바지와 반팔티셔츠를 입어본적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너무나 덥다. 한국을 한달간 다녀온 덕분인지.. 그동안 내 가슴 귀퉁이에 품었던 그리움을 씻어 버렸다. 그곳 어디에서도 내가 소속될 곳은 없다는 그곳에서도 역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느낌 때문일까. 말이 늘지 않아도 녀석들의 말이 들리지 않아도 내가 할말을 못하고 계속 버벅대고 있어도 더 이상 내 가슴엔 안타까움이 없는 것은 왜일까. 남과 나를 끝없이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하고 보잘것 없고 가진 것도 없기에 할수 있는 것 잘 하는 것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올해 여름밤이 여름 낮이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일까? 윤동주님의 쉽게 씌여진 시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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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2003 저녁에 운동하기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0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온지 몇일이 지났다. 적응하느라 비어있는 집 채우느라 몸도 마음도 통장도 텅 비어버렸다. 통장에는 별관심을 안보였는데.. 텅빈 것을 보니 제일 허전해 지는건 나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명일까. 저녁 23시가 되면 스르르 뱀이 허물을 벗듯이 옷을 벗고 운동복 으로 갈아 입는다. 천천히 달리기를 하고...비록 15~20분 밖에 안되는 짧은 운동시간이지만... 달리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무도 없는 빈 거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을때는 내가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진다. 오늘은 토끼를 만났다. 내 앞을 나보다 빨리 뛰어가는 토끼.. 부활절이라 나타났는가? 내가 달려가던 방향과 반대로 달려서 그냥 따라가기를 포기해버렸지만.. 계속 따라 갔다면 이상한 나라로 따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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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3,2003 - Rosenmontag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50
가장 좋아하는 애니매이션이 있다.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 천국의 문에서 할로윈데이 카니발이 열린다... 그 곳이 실제로 내 앞에 서있다. 알 수 없는 사람들.. 그토록 딱딱해 보이는 사람들이 몇일간 미쳐 보인다. 제정신이 아닌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몇일 지나서 오늘이 되니.. 이제 나도 그렇게 해 다니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사람마다 만날때 "Helau!"를 외치는 이들.. 왠지 모를 어색함으로 모자라도 하나 구입해 볼까 하지만 가격 또한 그냥 구입하기엔 만만치 않다. (15 유로) 어제는 옆동네에 가서 길거리에 서있었다. 비가 오는 중에 사탕과 여러가지 모든 것들을 길거리에 뿌리고.. 아이들은 줍고.. 덕분에 두 호주머니 불룩 사탕을 받아서 집 책상위에 ㅆㅗㅌ아 보았다. 먹지 않을 것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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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2003 koreanische abend...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49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적어야지 하면서 미루었던 일기를 오늘에 적는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하게 갑자기 불쑥 제안해 버렸었다. 평일 저녁 시간을 잡아, 한국 영화 보는거 어때?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내가 김밥이랑 김치 등등 간단한 한국음식 준비할께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던.. 일들을 저질러버린것이다. 사람들은 서둘러 서로의 약속시간을 맞추기 시작했고.. 바로 뒷주로 결정나버렸다. '이런.. 왜이리 빨리...' 세미나 실을 빌려. 프로젝트를 빌려..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고, 집에 컴퓨터를 들고 와서. DVD를 영어 자막으로 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일을 벌려 놓고 나니 할일이 산더미였다. 아내한테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김치는 아는 분한테 조금 얻기로 하고. 잡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