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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7.02.2003 koreanische abend...
    old memories/berlinreport 2006. 12. 30. 08:49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적어야지 하면서 미루었던 일기를 오늘에 적는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하게 갑자기 불쑥 제안해 버렸었다.
    평일 저녁 시간을 잡아, 한국 영화 보는거 어때?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내가 김밥이랑 김치 등등 간단한 한국음식 준비할께

    아무도 시키지 않았던..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던.. 일들을 저질러버린것이다.

    사람들은 서둘러 서로의 약속시간을 맞추기 시작했고.. 바로 뒷주로
    결정나버렸다. '이런.. 왜이리 빨리...'

    세미나 실을 빌려. 프로젝트를 빌려.. 영화를 상영하기로 했고,
    집에 컴퓨터를 들고 와서. DVD를 영어 자막으로 해서 보여주기로 했다.

    일을 벌려 놓고 나니 할일이 산더미였다. 아내한테 김밥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김치는 아는 분한테 조금 얻기로 하고. 잡채를 만들기로 했다.
    오후 내내 시장보고 아내랑 음식을 만들었다.  처음 이렇게 많은 김밥을
    말아 본적은 없었지만 다행히 모든 것이 가운데로 모여졌다.

    30분 늦어진 시작시간이었지만. 모두들 여러 음식과 맥주, 브레첼들을
    더 준비해와서 맛있게 모두들 먹을 수 있었다.  의외로 모두들 김치를
    잘먹는 모습과 잡채도 역시 잘 먹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었다.

    그동안 영화상영 준비가 되고... 모두들 영화를 보러 맥주들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설픈 영어대사가 나오기 시작하고 공동경비구역은 시작
    되었다.

    뒷좌석에 앉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녀석들을 바라보는 내 심정은 참 묘했다.
    나 외에 한국사람을 만나본적이 없는 녀석들...
    한국이라는 나라를 나만나고 난 이후 월드컵을 통해 더 알게된 녀석들
    북한과 한국이 서로 다른 말을 쓰는 줄 아는 녀석들...
    왜 그렇게 나뉘어져서 대치하고 있는줄 모르는 녀석들..
    일일히 하나하나 대답할 수 없었던 답답합 때문일까?
    내 속에 남아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얄량한 자존심 때문일까?

    알 수 없었다.
    영화를 보여주는 내내..
    내속에서 알지 못할 슬픔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수혁이 받았던 교육을 내가 받았기 때문일까?
    아직도 나는 그곳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군대에서 느꼈던 한국군의 무력함을 어쩔수 없이 미군이 필요한
    그 무력감을...
    이것은 민족주의일까? 사대주의 일까?
    한국 영화도 이정도로 잘 만든다...라고 외치고 싶어서일까..?
    알수 없는 내 속의 미묘한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다.

    단지 Licher 맥주만 내 속을 채워 나갈 뿐이었다.

    영화는 결론을 맺었고 크래딧이 올라가는 중에 영화를 껐다고
    불평하는 녀석을 뒤로한채... 컴퓨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많은 녀석들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면서.. 정말로 멋졌다면서
    DVD 가 얼마냐고 .... 내게 말을 했다.  

    '그래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본다.... 우리나라 영화도 이정도면
    외국에 내놔도 손색없겠다...'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불쑥 나한테 묻는다.
    "왜 남들이 시키지도 않고 해야할 필요도 없는 일을 해?"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뭐라고 응얼거린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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