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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Der Kaffee, coffee 공지 2006. 11. 16. 22:30
내 삶속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커피다.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는가를 떠올려 보지만 그렇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고등학교때부터이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추측이 가득하다. 부산대 물리관 앞에 커피자판기에서 늘 뽑아 먹던 100원짜리 커피들과 괜히 인문관에 여학생들이 많다고 친구들과 인문관 앞에 가서 뽑아 먹던 커피, 신혼여행 베트남, 하노이에 가서 왠지 비싸보이던 장소에서 마셨던 모카커피, 독일에 처음와서 점심식사후에 강요에 의해 마시게 된 첫 에스프레소, 그리고 독일에서 줄기차게 마시고 있는 그냥 블랙커피들 프랑크푸르트를 갈때마다 뢰머광장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커피들...

어쩔땐 맛있고, 어쩔땐 맛없고, 어쩔땐 아주 쓰기까지 하는 커피.

블로그의 일상기록을 커피라 칭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실행화일을 xcoffee 라 칭하고 아마도 커피를 마시는 것은 내가 삶을 살아가는 것과 동일한 느낌이 아닐까. 어쩔땐 맛있고 어쩔댄 맛없고, 어쩔땐 아주 쓰기까지하는 삶.

한잔의 커피를 마시기위해 사용되어지는 도구들은 많다. 독일에서 배운것은 커피를 만드는 과정또한 또 하나의 삶의 연장이라는 것. 커피를 내리는 도구들이 천차만별이지만 나는 아직도 원시적인 방법을 쓴다. kettle, funnel, coffee filter, and coffee pot. 버튼을 누르고 다른일을 할 수가 없다. 물이 커피에 골고루 지나갈 수 있게 집중해야되고, 넘치지 않게 신경써야되며, pot 에 적당한 양을 맞춰줘야 된다. 커피가 완전히 내려지기전까지 해야될 일이 많다. 간혹 주변의 사람들이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귀찮다면 삶자체도 귀찮은 것이 아닐까.

누구나 새로운 삶을 꿈꾸고, 새로운 일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런것은 삶이 아닌듯 하다. 늘 하던일에 감사하고, 늘 하던일에 기뻐하고, 늘 하던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삶. 그것이 어쩔땐 내게 기쁨을 주고, 어쩔댄 내게 슬픔을 주고, 어쩔땐 내게 고통을 줄지언정, 참고 묵묵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커피를 마시듯 내 삶을 마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커피. 내 목숨이 마치는 지구위에서의 마지막순간에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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