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이십대의 시월은 내게 있어 무척이나 잔인했던 기억이었다. 해마다 시월이 되면 가족이나 나 자신에게 무척 견디기 힘들었던 일이 생겼던 것이 하나의 이유였던 것 같다.  가장 잔인했던 어느해 시월 그때 적은 한편의 시 구절이 생각이 난다.

"시월은 내게 잔인하다."


한주간 여행 및 휴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에 아내는 잠을 청하고,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연구소 앞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에 사랑스러운 아이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낙엽을 줍고 있었다. 노란색으로 가득한 예쁜 낙엽들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전거를 타야된다면서 내게 그 낙엽을 내밀었다. 모양 흐트러지지 않게 아이가 모은 모습 그대로를 움켜쥐고 자전거를 따라가다가 낙엽 한 장이 내 손을 벗어나 길 위에 내려 앉았다. 아이가 모은 그것, 그대로를 지켜주기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춰 그 한장을 다시 움켜진 곳으로 가져왔다. 집에는 아내는 아직 잠들었고, 아이는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목욕탕에 물을 받은 후에 주워온 낙엽을 흩뿌렸다. 그러면서 내게 외쳤다.

"아빠, 가을이 집안으로 왔어요."

집안을 정리할 것을 정리하는 중에 아이가 문밖으로 잠시 나갔다 들어 왔다. 목욕탕엔 무엇이 달라졌을까? 욕조위에는 빨간 낙엽 두어개와 모양이 다른 낙엽이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난후에 아이에게 잠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라고 하자. 아이는 신이 났다.

"엄마, 일어나봐요. 목욕탕으로 와봐요. 보여줄께 있어요."

잠이 덜깬 아내가 목욕탕으로 향하자. 약간 들뜬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가을이 집안으로 왔어요. 예쁘죠?"


점심시간 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 속에서 인식하지 못했던 가을이 성큼 내 삶속으로 들어 왔다. 그렇게도 잔인했던 시월이 이렇게도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인가?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블로그에 오늘의 기억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곳에서 방황한 ᅟ개인 기록이 이젠 티스토리에 머물듯, 이십대 잔인하던 기억들을 통해 삼십대 중반의  시월 그리고 가을은 이젠 내게 축복으로 머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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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tadel